후반전
한달만에 일기라니요.
6월에 2차례에 걸친 시험과 개인적인 사건사고로 인해 많이 바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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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음카카오 합병으로 인해 다음에서 서비스하는 것들이 하나 둘 중단되고 있다.
티스토리 블로그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에 처한건가 싶다.
웹디자인을 일로 삼고부터 mingsss.net도 전혀 관리도 업데이트도 하지 못했다.
설치형 블로그든 cms기반 개인 홈페이지든 뭔가를 만들어야 할 때가 온거 같다.
그렇지만 그 것 말고도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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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은 그럭저럭 봤는데, 2주 연달아 보다보니 정신에너지가 많이 고갈됨을 느꼈다.
신기한건 아침에 일어나 공부하다가 배고파져서 뭔가를 먹고 나면, 급 두뇌운동이 활력있어짐을 느끼게 된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느낌은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나이가 들어서 이런 느낌을 구분해 낼 줄 알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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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가 죽었다.
울릉도는 내가 주 1회정도 봉사하러 가는 유기동물 시보호소에 입소한 아기고양이였다.
순진하게 생기고 성격도 좋아서 사람을 잘 따르고 밥도 잘 먹던 착한 아이였다.
가장 높은 케이지에 있었는데 밥그릇을 갈아주려고 문을 열자 앞으로 뛰쳐나왔고, 그만 추락했다.
그 순간 내 뇌가 어떻게 됐는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심장만 쿵쾅쿵쾅 크게 뛰었다.
안고 뛰쳐나가 병원 원장님을 찾았는데 밖에서 손님과 함께 웃으며 걸어오시다 날 발견하셨다.
손님의 배려로 울릉도 응급처치에 들어가셨지만 한참 후 나오셔서, 가망이 없다고, 심장이 정지했다고 하셨다.
죽음을 목격한건 난생 처음이었다.
손발이 덜덜 떨려서 하던 일 뒷정리만 하고 집까지 자전거를 밀면서 걸어왔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내 부주의가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
한동안 너무 괴로워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실은 일도 나가고, 운동도 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게 아니었다.
나는 살아있으니까 그래도 어린 생명보다는 한참 건강하고 튼튼한 성인사람이니까
뻔뻔하게 생을 유지하는 행위들을 했다.
더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죽은 울릉도다.
이 충격을, 미안함을 끝까지 기억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진다.
해당 보호소와 또, 길고양이 TNR을 위해 온라인 카페에 모인 사람들은
아무 대가도 없이 자신의 시간과 재화를 희생해서 한마리라도 더 살리기 위해 불철주야 분주히 뛰고 있다.
그 분들께도 면목이 없어서 어떻게 말하면,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모르겠는 지경이다.
미안하니까 봉사를 그만두는 것은 앞으로 구할 수 있는 많은 생명을 외면하는 행위라고 누군가 말해주었다.
질책인지 위로인지 모르는 말이 내겐 가르침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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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학기 전까지 영어 시험을 더 봐야 한다.
벌써 두번이나 봤고, 또 한두푼 하는 시험이 아니기에 한번 더 보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시험 응시료도 그렇지만 대비 공부를 위해 내가 투자하는 금액이나 시간, 스트레스...
영어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영어를 조금이라도 더 잘하게 되기 위해 매일 노력해야 한다.
지난 몇년간 지적 성장을 게을리 했던 대가로 올 한해는 그 큰 공백을 메꿔나가고 있다.
당황스러운 것은 사람들의 반응이다.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보니 사람들은 뚜렷하게 네가지 타입으로 나뉘어 진다.
일만 하는사람, 일과 공부를 다 하는 사람, 공부만 하는사람, 뭐하는지 모르겠는 사람.
나는 현재 일과 공부를 다 하는 사람이 되었는데,
일만 할 때에는 받지 않았던 일적인 스트레스는 물론,
공부만 하는 사람은 받을 필요가 없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추가로 받는 느낌이다.
물론 일만 할 때에는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걸 지금은 안받고 있긴 하지만.
또, 만료시일이 언제인지 모르는 이론보다는 경험이 더 중요시 여겨지는 필드,
내 가방끈이 짧기에 경력은 명함도 못내밀고, 무조건 이론으로만 접근하게 되는 학업,
둘 사이에서 뇌와 태도를 그 때 그 때 바꾸는게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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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엇보다 아직 후반전이 남아있다.
훨씬 떨어진 체력을 정신력으로 극복하며 뛰고 또 뛰어야 한다.
수영도 더 열심히 하고, 밥도 맛있는거 많이 사먹고, 공부도 신나게 하고, 일도 재밌게 하고,
후반전에는 진짜 여행도 한번 다녀와야지.
작년 북미처럼은 힘들더라도, 멋진 도시 또는 자연 보면서
'여행객'을 대하는 친절한 사람들 만나서 치유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