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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All electric power suddenly worn out.
mingsss
2005. 10. 9. 06:57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
바깥에서는 평소와 다름없이
옆집 잔디깎는 소리, 차 지나가는 소리
집앞 공사장의 망치소리등
한가한 오후였다
갑자기 들리는 쿵.쿵. 두번의 소리
뭔가 터지는 소리 같기도 하고
누군가 커다란 둔기로 세게 내리치는 소리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순간 모든 전력이 중단됐다.
깜깜해진 지하실 안에서
사촌동생과 나 둘이 있었다
서로 아무말도 없다가 한마디 했다
"이거 왜그래?"
"몰라 누나. 무서워"
진짜 무서웠다
순간 바깥에서 쿵. 소리가 한번 더들렸다
그와동시에 뭔가 번쩍!! 했다
마치 오밤중에 번개가 한번 제대로치듯이
대낮이었는데도 순간 주변이 환해졌었다
근데 그 빛이 뭔가 터지는 것처럼 주황색 노랑색..
순간 별 상상이 다들었다
the War of the world 에서 본것처럼
개커다란 우주 괴물이 모든걸 짓밟으면서
끔찍한 풍경이 내 눈앞에 곧 펼쳐지겠구나
나한텐 톰크루즈 아빠도 없는데 어쩌지
총도없고 차도없고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고
만약 진짜 도망가야 한다면 걸칠거 가지고 가야하지 않나
나 지금 머리도 안감고 휴지도 다떨어져서 새로사야하는데
날씨도 점점 추워지는데 옷이 너무 크면 짐이되진 않을까
물병에 물도 담아놔야겠는데 지금 정수기 작동할까
정 안돼면 그냥 수돗물이라도 싸야지
하는...............
점점 구체화되는 앞날에 대한 공포와
피난에 대한 계획이 머리속에 떠오르는 가운데
쿵. 소리가 한번 더나고
바깥이 다시 순간 환해졌다
..........
악
무서워
사촌동생은 주변 사는 친구들한테
영어로 막 물어본다 울집 갑자기 전기나갔는데
너네집은 어떠냐고 왜그런지 아냐고..
그친구가 오히려 물어봤나보다 왜그러냐고
그러니까 불안한 녀석은 막 영어로 따진다
내가 너한테 물어봤지 않냐고-_-
왜 이런 상황이 나오는 영화 전부 헐리우드 영화잖아
게다가 여긴 어쨌든 북미야
그래 북미에서는 이런일이 벌어지기도 하는구나
그래서 그런 상상을 할 수 있는거구나
게다가 영화에서처럼 주변엔 짜증과 불안이 섞인
영어들
I AM ASKING YOU!!!!!
.............
영화주인공처럼-_-
불안한 와중에 집에 얌전히 있을것이지
살금살금 주변을 살피러 나갔다
정말이지
언제 그랬냐는듯
주변은 훤하고 한가하고
차들도 간혹 지나가고
앞에 공사장 일하는 사람들은 일하고 있고
뭔가 폭풍전야같은 끔찍한 조용함
아까의 잔디깎던 소리는 정전과 함께 그쳤고
잔디깎는 기계조차 보이질 않는다
무서워서 얼른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한참을 그렇게 한참을
쇼파 위에서 이것저것 걱정하며 앉아있었다.......
영화에도 끝은있다
이런류의 영화는 대부분 해피엔딩
아니더라도 주인공은 살아남는다
불은 들어왔다
....
내가 느끼기엔 엄청 오랜시간이었지만
막상 시계는 20여분정도밖에 지나있지 않았다
내 머리속에 떠오른 상황은 대략 1년간의 시나리오였다
-_-..
후우
다시 잔디깎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든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가고 있다
그 상황도 무서웠다
방금전까지 모든 전기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었잖아
어떻게 이렇게 전혀 암일도 없었단 듯이
모든게 정상적이 될수있지??
바로 이게 무슨 음모가 있는건 아닐까???
나를 제외한 주변 사람들은 이미 새뇌가 되버린걸까?
아니면 연기를 하고있는걸까?
이대로 그들의 의도처럼 모른척 지나가는게 좋을까
아니면 정전의 원인을 낱낱히 파해치기위해 노력해야할까
이 작은 우리동네 정전이 어떤 큰 위의 힘에 의해
의도된것이 아닐까, 세계정복의 시초일까
그럼 난 정전의 배후를 알려고 하다가 결국은
세계정복에의 의지를 눈치채버리고 쫓기게 될까
왜, 어떻게 정복할지 알고싶은데 들키지 않는 방법없을까
나의 행동이 최후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
나는.
지구를 구할수 있을까?
Can I save my earth?
구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지금 이대로 냅두는 것보다 완전히
바뀌는 게 훨씬 좋을지도 몰라
분명 북미에서 모든게 시작되겠지
그럼 한국은?
..
....
아무튼
갑작스런 정전에 호들갑을 떤
영화보길 좋아하는 어느 학생의
토요일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