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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너무 좋아

mingsss 2011. 3. 25. 01:26
아주 오랜만에 카페에스프레소의 핸드드립탕약을 한잔 마시고
비오는 거리를 바라보며 사장님이 새로 사오신 블랙스완 사운드트랙을 듣고 있자니
으스스 하면서도 정신이 맑은게 기분이 참 좋았다! 

역시 난 카페인, 비, 카페에스프레소 중독인가봐. ㅋㅋ

오늘은 뭔가 삼십층정도 있는 큰 빌딩안에 사람이 꽉차서 일하고 있는
이른바 대기업이란 곳에 들어가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정말 놀라울만큼 일을 많이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좀 경이로웠달까.
어떻게 보면 애처롭기도 했다.

나는 모든 일의 '끝'을 알지 못하면 푹 빠져들지도 못한다.
졸업전시 때에도 21일이나 잠을 안자고 줄기차게 작업할 수 있었던 것도
다 11월 16일 오픈날엔 모든게 끝난다는 이른바 '약속의 날'이 있었기 때문.
졸업작품 준비가 내 인생에서 아마 가장 힘들었던, 그리고 푹 빠져들었던 일이라 치면
다른 그러했던 것들도 다 마찬가지로 마감일, 즉 끝이 있었다.
학교도 열심히 다녔는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보고나면
방학이 온다는걸 알았기 때문에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던 거다.

하지만 회사는 그렇지가 않지.
물론 스스로가 1년만 다닐꺼다. 결혼하기 전까지만 다닐꺼다. 선을 그을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날 더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일할거라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있으니까
게다가 월급은 계속 오를테고, 사장이 되어 버리지 않는 이상 진급은 계속 될 테니까,
그만두는 그 날까지 회사를 인생처럼 알고 헌신해야 하는 분위기랄까.
즉 끝이 없다. =_=
일은 해도해도 끝이 없다고 다들 말한다.
난 그게 너무 싫다!

지금도 어딘가에 입사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딱히 새로운 필요가 생기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지 않을까.
단기적인 계약으로도 먹고 살 수 있고, 경력대신 쌓이고 있는 포트폴리오가 능력을 증명할테니.
입사할 이유를 느끼지 못해 취직하지 않는 나의 상태가 못마땅한 사람은 우리 엄마뿐이지만 ㅋㅋ
엄마도 요새는 슬슬 이런 나에게 적응하고 계신 듯도 하고...

근데 왜 비가 좋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내 상태를 변호하는 글을 쓰고 있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