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Journal

웃기지만 라즐로 모홀리나기가 일깨우쳐준 무언가

mingsss 2009. 9. 3. 01:06
오늘은 도저히 나에게 닥친 상황과 현실에 대한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힘든 정신상태를 어찌할 줄 몰라서
동동대다가
어제 면조가 낮에 도서관이나 가자고 제안하길래
아주 굿아이디어라고 생각해서 도서관엘 갔다
어제 올만에 맘에 여유를 찾고자 하는 발악의 일환으로 독서도했고
문학적 카타르시스에 촉촉히 젖어 또다른 지적, 감성적 습기를 마구 요구하는
무거운 몸을 힘겹게 이끌고, 빛의 스피드로 유부초밥까지 만들어 싸가지고는
아쉽게 휴관일인 정독도서관서 멀지 않은 종로도서관엘 갔다.
종로도서관에 가는건 굉장히 오랜만인데 느낌이 많이 바뀌었더라.
3-4년전 공사를 했다고 들었으니 아마 공사때문이겠지.
근데 왠지 여전히 옛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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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이끌리는대로 책을 집어 들었으나
사실 책을 읽을만한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았어서
사진집이나 그림책 위주로 대여섯권 집어들었다.
영감대신 스트레스만 주는 시각디자인쪽 책은 피하려고 했는데
전에 좀 관심있었지만 그닥 관심있게 찾아볼 기회는 없었던
라즐로 모홀리나기라는 다분야에 활동한 아티스트(디자인도 잘했다)의
책이 있길래 집어들어 가지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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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이 전공인지라 역시 그게 제일 재밌었다. 하아.
하지만 단순히 그래픽디자인만이 아닌 사진, 현대미술, 영화, 산업디자인 등
다양하고 많은 분야에서 활동한 아티스트의 내공과 통찰력은
컨셉추얼, 그래피컬, 새로운 너만의걸 만들어!!! 란 짜증나는 말들로 지친 나에게
꽤네 진중하면서 무게있는 언어로 정제되어서는
알고있지만 잊고있던 것들에 대한 깨달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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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의 사진들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피사체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이 보일 수 밖에 없도록 연구한
앵글과 상황설정이 너무 절묘해서 우매한 나는 그만
합성 아닌가? 하는 저질스럽고 찌질한 의문을 가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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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진들을 보고 언젠가 두어번정도 본 적 있는
아프리카의 인물과 풍경을 담은 사진집을 보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화가 피카소의 작품이 400개나 들어있는 책을 보았다.
놀라운 점은 400개 작품 대부분이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작품들이었다.
고등학생때, 그리고 캐나다에 있을 때 서점엘 가거나 도서관에 가면
피카소의 그림이 있는 책은 늘 찾아서 들춰봤었는데
한국에서도 퐁피두센터 전시회라든지에서 실물도 몇개 봤고
세월의 내공이 쌓인 탓인지 아님 그냥 나의 타고난 컬렉터의 본능탓인지
400여개의 작품을 알고 있는 내 자신이 갑자기 대단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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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그래서 깨달은 바가 무엇이냐면
회화든 사진이든 그래픽디자인이든 스토리텔링이든
내가 창작이랍시고 해왔던 것들의 시발점은 늘 '사람'에 대한 관심이었다.
그 '사람'이 특정 인물이 될 때도 있었고, 집단이나 커뮤니티
어쩔땐 걍 인류(휴먼빙!)가 될 때도 있었다.
여튼 나의 작업엔 늘 사람이 등장했고 (사실 인물사진은 그닥 안찍은거 같기도)
내가 하고자하는 이야기는 늘 사람이야기였다.
결국 날 자극하는 사람이 존재해야만 나의 이야기가 있는 것이었다.
불쌍하거나 행복해보이는 '사람들'을 잔뜩 그린 피카소가 다시 한번
내인생에 끼여들어서 그걸 증명해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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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나는 왜 피카소를 좋아하는 걸까 생각해봤다.
왜냐면 하도 어려서부터 그의 그림들을 멍하니 쳐다보면서 아-좋다-고만
느껴왔었어서, 딱히 짬을 내어서 이유를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근데 400작품을 모아둔 책 덕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400여개의 작품이 시대순으로 차례대로 정리가 되어 있었기에
그의 그림이 변화하는 과정을 그야말로 한눈에 보면서....

그 이야기를 하자면 길어질 것 같아서 일단 지금 쓰던걸 sho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