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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자꾸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가게 되는 날씨가 돌아왔다.

요를레이가 발코니에 나가진 않고 앞에서 바람만 쐬고 있다.

오전형 인간이 좀 되어보려고 시도한 지 오래되었는데, 날씨가 추워지면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물론 따뜻한 날 포함해서 아직까지 성공한 날이 며칠 없기는 하다. 나는 왜 이다지도 좋은 습관을 기르기 어려운 걸까? (또는 나쁜 습관을 고칠 수 없는 걸까?) 미라클 모닝 수준은 결코 바라지도 않고, 적어도 일 시작하기 한 시간 반쯤 전에 일어나서 차도 한 잔 마시고, 스트레칭도 하고, 차분하게 글을 쓰거나 하는 내 시간을 갖고 싶은데 실행이 너무나 어렵다. 요즘같이 아침 기온이 차가울 땐 이불속에만 소중하게 간직된 내 체온으로 만들어진 천국 같은 공간을 벗어날 수 없다. 그냥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계속 다시 잠에 들어버리고 그 추가된 아침잠이 너무나 달콤해서 도저히 깨지지가 않는다.

 

요즘 집중력이 너무나 부족해서 불안하다. 사실 이 상태로 계속 살아오긴 했는데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근래에 시작된 변화다. 가장 힘든 점은 역시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집중해서 끝까지 해치우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나는 원래 산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이런 나를 어르고 달래서 일을 하나씩 처리하게 하는 기술이 있었다. 거꾸로 된 뽀모도로 타이머(5분 집중하고 25분간 이어서 계속할지, 맘 편히 쉴지 알아서 하기), 할 일을 구체적으로 많이 쪼개 놓은 투두 리스트, 하루의 구간마다 리마인딩을 시켜주는 구글 캘린더의 알람 등이 있다. 그런데 요즘엔 이런 것도 전혀 활용하지 않고 있다. 이런 장치들을 만들기 위해서 머리를 쓰며 계획을 짜야하는데 그것조차 버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휴식이 필요한 문제인지 좀 더 외부적인 도움이 필요한지 아직 판단이 잘 안 선다.

 

그 와중에 이사일은 다가오고 체계적으로 차근차근 짐을 싸고 있어야 하는데 그 임무를 수행하기가 힘이 든다.

 

지난 일요일 하루 동안 트위터에서 본 '도파민 디톡스'란 영상을 보고 나도 한 번 따라 해 봤다. 설탕 알코올 등의 섭취를 제한하고 뭔가를 할 때 음악을 듣지 않고, 유튜브, 넷플릭스 그리고 소셜 미디어를 일체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다. 약 24시간뿐이었는데 여러 번 유혹에 맞서 저항해야 하는 순간을 겪었다. 영상을 찍은 주인공은 7일간 디톡스를 시도했지만 난 24시간 만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괜히 더 심심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 상태를 참고 견디며 계속했다면 7일간 지속할 수 있었을까? 이번 주말에는 한 번 48시간에 도전해봐야겠다. 생각해보면 트위터만 안 들여다봐도 절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아, 트위터를 안 하는 동안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해 둘 곳이 없어서 되게 오랜만에 메모장에 낙서를 하고 글을 끄적였다. 한동안 내게서 관찰된 적 없던 행위였다. 그렇다고 트위터를 안 하고 싶지는 않다. 주중에 외부에서 사람을 만나지 않고 인터넷으로만 일하는 나로선 세상과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주로 트위터에서 받는다.

 

또한 음악을 안 듣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특히 집안일을 할 때는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고 하면 힘이 드는 줄 모르고 끝낼 수 있는데, 흐르는 물소리, 청소기 소리 등 소음과 함께 일을 하려니 지루함과 피로함에 같은 일도 평소보다 약간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다만 이를 통해 깨달은 점은 나는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집중해서 하는 경우가 정말로 드물었다는 점이다. 컴퓨터로 일을 할 때 음악을 틀어두고, 휴대폰으로 누군가랑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일을 한다. 벌써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그 말은 결국 셋 중 어느 하나도 집중해서 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한 번 고민하고 바꿔 볼 필요가 있는 문제가 아닌가?

지금 이 글도 음악을 들으면서 쓰고 있다가 껐다. 왜냐하면 사실상 음악은 듣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 듣는데 왜 틀어놓고 있는 거지? 창밖에서 도로의 소음과 함께 새소리가 들린다.

 

내 집중력 장애와 오전에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관계가 있을까?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춥다는 핑계로 화, 수, 목 3일간 오전형 인간이 되기로 노력하자고 스스로랑 한 약속을 싸악 무시한 나를 규탄하며, 이 글도 쓰고 했으니 내일은 좀 다르리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