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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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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가게 되는 날씨가 돌아왔다. 오전형 인간이 좀 되어보려고 시도한 지 오래되었는데, 날씨가 추워지면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물론 따뜻한 날 포함해서 아직까지 성공한 날이 며칠 없기는 하다. 나는 왜 이다지도 좋은 습관을 기르기 어려운 걸까? (또는 나쁜 습관을 고칠 수 없는 걸까?) 미라클 모닝 수준은 결코 바라지도 않고, 적어도 일 시작하기 한 시간 반쯤 전에 일어나서 차도 한 잔 마시고, 스트레칭도 하고, 차분하게 글을 쓰거나 하는 내 시간을 갖고 싶은데 실행이 너무나 어렵다. 요즘같이 아침 기온이 차가울 땐 이불속에만 소중하게 간직된 내 체온으로 만들어진 천국 같은 공간을 벗어날 수 없다. 그냥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계속 다시 잠에 들어버리고 그 추가된 아침잠이 너무나 달콤해서 도저히 깨지지가 않는다. 요즘 집중력이 너무나..
스위스 양조장 투어. 빡세고 아름다웠던 3박 4일 면조 친구들을 따라 스위스의 맥주 양조장 투어를 다녀왔다. 3박 4일간 낮밤을 가리지 않고 계속 맥주를 마시면서 다닌 것 같다. 독일 국경에서 가까운 St. Gallen에 있는 Kornhaus Bräu에서 다 같이 모였고, 취리히 근처 Winterthur에 있는 Chopfab(코프압이라 읽음, 촙밥아님 주의 ㅋㅋ)에 들렀다가 루체른에서 1박 후 다음 날 인터라켄에 있는 Rugenbräu를 방문, 마지막으로 Bossonens의 Boss Bier까지 총 4개의 양조장을 방문했다. 그중 하나는 면조 친구의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셋째 날 낮동안 면조와 친구들이 그곳에서 페스트 비어를 양조하는 동안 나는 혼자서 로잔 시내를 구경했다. 각 브루어리에 대한 감상을 쓸까 말까 고민하다가 생략하기로 한다. 전문적인..
파티. 축하하고 베풀고 즐기고. 백신을 2차까지 맞고 2주가 지났다. 전보다는 좀 마음이 편하게 이곳저곳 다니고 있다. 어제는 매우 오래간만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 다녀왔다. 동료의 생일파티였다. 원래는 100명 이상 초대하고 싶어 했는데 코시국으로 인해 60명까지 밖에 초대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할 만큼 엄청난 외향인인 동료 R의 생일파티다. 나와는 사실 자주 만나거나 친하게 지낸 적은 없지만 여러모로 소외(?)된 독일팀에서 동병상련을 느끼며 같이 일한 지 3년쯤 되니 온라인으로 목소리만 들어도 반갑기는 하다. 다른 동료들과 함께 나도 생일파티에 초대해 줘서 다녀왔다. 한동안 날씨가 춥고 흐렸는데 기적처럼 다시 덥고 맑은 날이었다. R 특유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R이 두 아이의 엄마이다 보니 어린아이들이 굉장히 많이..
Chapter 1 vom meinem Leben in Deutschland ist bald zum Ende 독일어 시험을 봤다. 구우지 꼬옥 반드시 봐야만 하는 건 아니었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본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결과에 자신이 없다는 말이다. 게다가 그렇게 어려운 시험도 아니었다. 구두나 글쓰기로 자기소개, 상황 설명, 약속 잡기, 간단한 의견 피력을 할 수 있고, 상점이나 대중교통, 정부에서 공지하는 것들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요구하는 B1 레벨이다. 그 정도를 어떻게든 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구글 번역기도 없이 시험을 보자니 막막하기는 했다. 이래저래 삶이 바빴고, 퇴근 후에 공부하기란 생각보다 더 끔찍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시험 준비를 별로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시험센터를 찾아 예약을 했고,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했고, 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