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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우마이스터 투어 2025

mingsss 2025. 5. 11. 18:35

행복은 비어가르텐 야외 테이블 나무그늘 아래서 햇빛 맛 맥주를 (끝없이) 마심에 있다.

 

지난주말에 다녀온 여행이 너무 좋았어서 계속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선선한 바람과 따뜻한 햇빛 아래서 시간이 흐르는 것을 잊어버리며 맥주를 마시고 올 해 치 삶과 꿈에 대한 친구들의 생각을 들었다. 

첫 날은 오스트리아와 체코 국경 근처에 있는 수도원 소속 양조장 슐래글에서 수백년의 역사와 최신 기술이 공존하는 거대한 스펙트럼의 매력을 가진 공간을 두루 탐험했다. 하는 말마다 수긍이 가고 몰랐던 것을 늘 배우게 되는, 존경하는 브라우마이스터 카린이 만드는 맥주는 기가막히게 맛있었다. 카린의 배려로 수도원 안의 으리으리한 방에서 잠을 잘 수 있었는데 현실감각이 없어지는 경험이었다. 둘째날 사제님(? 호칭을 모르겠음)이 특별히 보여주신 비공개 도서관과 갤러리, 성당 내부는 또 다른 웅장하고 엄숙하면서 영적인 황홀함이었다. 이런 행운을 누려도 되나 싶고, 감사할 따름이었다.

 

크리스탈 츠비클. 충격의 유맛

 

수도원 숙소의 복도

 

이어서 프라이징으로 이동해서 천년이 넘은 양조장 바이헨슈테판을 방문했다. 투어를 해준 브라우마이스터의 바이에른 맥주, 바이스비어에 대한 사랑과 열망과 맹신 ㅋㅋ 뭐 이런게 느껴지는 재미난 설명이 함께한 투어였다. 평일이었어서 럭키하게도 고능한 머신으로 병입+라벨링하는 광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진짜 빠르고 진짜 멋있었다. 수많은 회전운동이 만들어 내는 인더스트리 엔지니어링 예술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또 처음이었던 것 같다. 양조장 입장에서는 일하는 중이라 우리들이 걸리적거렸을텐데 친구들의 인덕이 커서 같이 답사하는 행운을 누렸다. 마지막 코스로 방문한 새로 꾸민 공상과학적 켈러공간도 정말 멋있었다. 탱크에서 바로 연결된 탭으로 방문객이 알아서 맥주를 무한정 따라마실 수 있었다.

 

바이헨슈테판 양조장 켈러

 

독일어 캠프와도 같은 양조장투어를 3번째 따라다니다 보니 슬슬 알아듣고 이해하는게 많아졌다. 또 전보다 관심이 많아져서 안보이던게 더 보이니 신기했다. 올 해는 지은언니가 함께여서 모르는건 한국어로 물어볼 수도 있어서 정말 좋았다. 학생일 땐 레스토랑 가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늘 배고파하며 다녔던거 같은데 올 해는 식사도 제대로 하고 다니고 럭셔리했다. 아, 그래서 더 행복했나?

이제 누군가 거액을 주고 양조장을 차려서 굴리라고 하면 어디에 돈을 쓰고 어디에 아껴야 할 지 정도의 하이레벨 큰 그림은 그릴 수 있을 것도 같다. 꿈의 지도를 더 촘촘하게 그리게 해주는 멋진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