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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바쁘게 열심히 살아봤다

귀여운 우리 노릉과 요를

 

1-2월엔 노릉이의 몸상태도 점점 회복세로 돌아왔고, 덕분에 긴 외출에 대한 부담이 적어졌다. 그래서 서울브리즈를 판매하기 위한 기반을 만들기 위해 많은 일을 했다. 우선 유통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으니 유통 파트너를 찾고 싶었는데 처음 손잡고 같이 커 나가 보기로 한 스타트업 유통사를 만났다. 그분들이 구축해 둔 네트워크를 통해서, 그리고 또 우리가 찾아서 연락한 곳들까지 다 해서 몇 군데 오프라인 판매처가 생겼다. 우리가 직접 컨트롤하는 프랑크푸르트와 만하임, 하이델베르크 인근을 넘어 뒤셀도르프와 베를린에도 오프라인 매장이 생겼다. 기쁘고 축하할 일이다. 회사일도 1년 넘게 한 프로젝트의 막바지에 있다 보니 할 일이 무척 많아서 요즘에는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서 일만 하고 산다. 퇴근 후 저녁밥 먹고 나면 또 포스터나 홍보물을 만들어야 하는데, 너무너무 피곤하고 에너지가 부족해서 운동을 좀 해야겠다는 마음에 테니스도 배우기 시작했다. 테니스는 주 1회 정도만 강습 때 잠깐 칠 뿐이지만 정말 재미있고 활력을 되찾게 해 준다. 동호회에 가입하고서 채도 샀고, 이제 날씨도 좋아지니까 신발 하나 사다가 야외코트 예약 해서 종종 치고 싶다. 어릴 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던 비즈니스 하는 어른들이 시간 쪼개서 운동하던 것을 이제는 스스로 필요를 절실하게 느껴서 실천하고 있다. 미리 알려고 할 필요도 없이, 때가 내게 찾아오면 어차피 다 알게 되는 것들도 많은 것 같다.

 

엊그제 생일이었어서 서른아홉이 되었다. 30대의 마지막 일년을 보내게 되었다. 여느 해처럼 그때 그때의 나의 직관에 충실하면서 즐겁게 지내고 싶다. 스무 살 언저리에 쓰다가 만 시나리오가 있다. 지구 멸망일을 공식적으로 일주일 정도 앞둔 때의 사람들이 보내는 일상을 그리는 시나리오였다. 내 상상 속에서 지구의 사람들은 결국엔 평소에 일어나던 시간에 일어나서, 가게를 연다든지 하던 일을 하고, 단골손님이나 동료와 잡담하고, 가장 좋아하는 곁의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보던 방송의 다음 화를 보고, 기록을 남기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까 대화를 많이 하면서 일상을 보낼 것이라 상상했었다. 슈퍼마켓의 몇몇 인기 있는 아이스크림 제품이 품절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삼십 대의 마지막 일 년을 나도 그렇게 보내야지. 물론 아이스크림은 당과 지방이 너무 많으니까 꼭 필요한 날에만 먹고.

 

원래는 고양이들처럼 누워서 게으름 피우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데, 나답지 않은 1월과 2월을 보낸 것 같다. 아직 봄도 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할 일이 많고 바쁘다니 겁도 조금 난다. 서울브리즈가 내 입에 참 맛있는 제품이다보니 팔 때도 열심히 하게 된다. 그래서 시도하는 곳들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우리의 열정을 높이 사주고 도와주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께 에너지를 조금씩 얻어와서 부족하게 타고난 내 에너지로도 이렇게 일을 해나갈 수 있다. 서울브리즈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좋은 분들을 알게 될 때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단 하루도 쉬지 못했던 주들을 생각하면 약간 후회가 되기도 한다. 내겐 체력이 좀 더 필요하고, 노력을 통해 기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므로 3월은 잘 먹고 일찍 자고 틈틈이 운동하며 보내도록 신경 써야겠다. 아. 출근해야 한다. 출근 싫어.